요 근래 공사중인 아파트가 무너지고 지하 주차장이 무너지고 있다. 철근을 일부러 빼먹었다고 한다. 골조공사가 끝난 무너진 아파트를 뜯어내고 다시 짓겠다고 한다. 무너지지 않은 다른 아파트들은 무사하다. 철근 좀 빠졌다고 아파트가 무너지냐? 가장 큰 문제는 철근결속을 안한 것이다
얼마전 어느 건축학자가 철근결속은 콘크리트 타설할때 철근이 떨어져나가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는 글을 쓴 것을 보았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건축전문가인 세상에서 무엇을 더 바랄것인가? 내가 처음 철근일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 다리의 PC빔 을 만드는 곳이었다. 결속을 건너 뛰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철근과 철근이 만나는 곳은 무조건 100% 결속을 해야 했다. 그것이 기본이었다. PC빔 현장에서 댐을 만드는 토목현장으로 옮긴 뒤에도 100% 결속이 원칙이었다. 결속을 건너뛰는 철근일은 상상도 할수 없었다. 1987년 토목현장을 떠나 창원의 아파트 건설 현장으로 옮긴 뒤 결속을 건너뛰는 철근일을 처음 만났다. 나도 제법 철근일을 하는 편인데 아무리 빨리 해도 동료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쉬는 시간에 동료들이 해놓은 일을 확인해 봤다. 그냥 건너뛰는 정도가 아니라 철근이 쏟아지지 않을 정도만 결속을 하고 있었다. =>> 이래도 됩니까? 그렇게 묻는 나에게 동료들은 그냥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나도 동료들에게 뒤지지 않게 건너뛰는 철근일에 익숙해졌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아파트 건설현장에 정밀 시공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철근 100% 결속이라는 시공원칙이 내려왔다. =>> 조또 그만치 돈은 안주면서 100% 결속을 어찌허냐? 우리들은 거부했다. 그렇게 해서 50% 결속으로 타협을 봤다. 하여튼 철근 50% 결속이 문화로 굳어져갈 즈음 공사장에 대변혁이 닥쳐왔다. 이주 노동자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한국인들이 기초공사를 마치면 중국 노동자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본 공사를 차지하곤 했다. 소위 스빵띠기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내세우는 임금은 한국 노동자들의 일당도 맞출 수 없는 금액이어서 한국 노동자들은 하나 둘 아파트 현장에서 밀려났다. 순천 00현장에서 기초공사가 끝나고 잠시 뒤치꺼리 일을 했다. 아침 콘크리트 타설 전에 꼭 스라브에 불려 올라갔다. 스빵팀이 이미 작업을 마친곳인데 불러올린 공사 과장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헝클어진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 반장님 이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지금 8미터 철근이 양쪽 끝에만 두군데 밖에 결속이 안되어있어요. 거의 다 그래요. 다는 못해도 여그 보이는 데만 좀 묶어주세요. 아직도 나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있다 그래서 아파트 건설현장의 실태에 대해 차마 다 말할 수가 없다. 지금 이 사태가 건설 노동자나 건설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 주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주인들 스스로 이런 사태에까지 이르도록 바라보고만 있었으니 그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 앞에서 무너진 아파트나 지하주차장 만이 아니라 2000년 이후 지어진 모든 아파트들은 다 마찬가지다. 거의 비슷비슷한 설계에 맞춰 비슷비슷한 이주노동자들이 비슷비슷하게 지어놓은 아파트들이다. 재수가 좋으면 안무너지고 재수가 나쁘면 무너지는 것이다. 지금은 무너지는 아파트와 무너지는 지하주차장의 문화가 대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