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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과 인턴 학생
저희 회사에는 매 학기 협약한 대학에서 파견오는 대학생 인턴들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전이라 아재 부장님들 덕분에 회식도 잦던 시절이었습니다. 회식 때 마다 유난히 제 옆자리나 앞자리를 따라 앉던 여학생 인턴이 있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우연인줄 알았는데, 회식 몇 번 하다 보니 우연은 아니더라구요. 다른 분들은 이미 이때 눈치 챘다고 하더라구요 ^^ 저만 몰랐죠…
길어진 회식과 대학생 인턴의 도움 요청
한 번은 3차인가 4차까지 이어지는 긴 회식이었는데, 이 친구가 집에 안가고 끝까지 남아있더라구요. 저는 알콜 쓰레기라 회식하면 항상 뒷정리, 사람 정리를 담당했었는데, 마지막 자리를 파하고 집에 가는 길에 자기 힘들다고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달라는 겁니다. 막상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줬더니 이번에는 걷기 힘들다고 도와 달라네요. 난감한 상황이겠죠. 저는 집이 반대편이고 버스를 타야하는데, 전혀 상관없는 반대편 지하철 역까지 왔으니…
공원에서의 대화: 대학생 인턴의 가족 이야기
그래도 사명감에 따라 지하철 역 안 플랫폼까지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 뒤부터는 이 학생이 인사불성이 되더라구요. 중간 중간 간신히 깨워서 집 주소 물어보고,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인턴 학생 집 앞까지 왔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정신이 들더니 고맙다고 술 조금만 더 깨면 집에 들어가려고 하니 잠깐만 집 앞 공원에 앉아있겠다고 합니다. 그때 집에 들여보내줘야 했습니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초여름 밤의 선선함을 즐기고 있다가, 이 친구가 대뜸 자기 가족이야기를 꺼냅니다. 참 외롭게 자랐고, 가족들과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 학교에서도 거의 혼자 다닌다는 얘기를 합니다.
함께한 특별한 순간들: 손을 잡고 더 나아가다
그러면서 제 손을 잡더라구요. 손 크기를 한 번 재보고 싶었다며… 이때 손을 주지 말았어야 했습니다…우리는 살포시 손을 포개 잡고, 다른 것도 포갰습니다. 그 후로는 모든 진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더군요. 매일 퇴근할 때 이 친구 데려다 준다며 멀리 돌아서 그 집 앞까지, 그 긴 시간을 손잡고 퇴근. 그리고 처음엔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저 빼고 다 아는 회사내 공인 커플 ㅎㅎㅎ
강력한 끌림과 사랑의 시작: 숲 속에서의 달콤한 순간
나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막상 만나는 동안에 별로 나이 차를 느끼지 못했고, 다만 즐겨 듣던 음악만 좀 달랐죠. 그 후로도 한 동안 잘 만나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옵니다. 당시 제가 대학원 다니던 학교의 캠퍼스를 가고 싶어서 저를 끌고 가더라구요. 학교를 한 바퀴 돌고…. 저희 학교에 유명한 숲이 있는데 거기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숲을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암튼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면… 그 숲 속에 앉아 있다 보니 적당히 주위도 어두워지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참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는 자연스럽게 손과 다른 것을 포갰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 친구가 저를… 그리고 제 옆에서 위로… 그러더니 잡은 제 손을…그곳으로 이끌었고. 얼떨결에 저는… 그러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이어지는 열정과 격정적인 사랑
한참을 둘이 서로의 몸을 탐색하였고 그러다가 둘이 손 잡고 정신 없이 교문 밖을 나와… 거의 뛸 듯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저 심박수는 분당 200번은 넘었을 것 같네요) 누가 물어볼 것도 없이 한 곳을 향했습니다. (저희 학교 앞에는 무언가를 누군가를 빨아들이는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곳이 있습니다. 암튼…) 그때는 왜 그렇게 떨리던지 지갑을 꺼내던 제 손이 덜덜 덜덜… 그 모습을 정말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인정합니다. 이 순간 만큼은 저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이성이 시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뇌를 거치지 않은 그저 본능대로의… 그리고 그 후로 부터는 정말 한 번이 어렵…
물론 그 후로 저희가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수시로 들이대던 동아리 선배들, 과 선배들, 어찌나 지겨웠던지. 남자친구로 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좀 적당히 해야죠. 아직도 제가 이 친구 학교 출신 남학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ㅎㅎㅎ. 항상 위기는 과 엠티나 축제 때에 생겼습니다.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둘은 흔들리지 않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제가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어도 무난히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마음이 많이 불편하기는 했지만요.
끝나지 않는 사랑의 이야기: 결혼과 미래의 시작
이 일이 있은 후, 저는 회사 생활을 계속하고 야간 대학원도 복학해서 학위를 마치고, 이 친구도 저의 도움을 받아(과제가 왜 그렇게 많던지 ㅋ 저는 졸업장 하나 더 받아야 합니다!) 졸업하고, 기다리는 그 2년이 왜 그렇게 안가던지…그렇게 만남을 이어오다가 어느 해 가을 여행가는 비행기 안에서 창문 밖 노을을 등 뒤로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인생의 전환점에서 저는 항상 다른 사람 또는 환경에 의해 이뤄진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사랑스러운 순간들은 우리를 기쁘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주는 특별한 순간들이니까요. 그래서 여러분, 사랑하세요. 인생은 짧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