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안볼줄 알았다고 생각들게 해서
그렇게 잠시나마 서먹했던 것을 전화로 잘 풀었습니다. (막 울뻔했음ㅜ)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면 만나왔지만 이번처럼 색다른 인연, 우연, 느낌은 한번도 없었기에 더욱 설레었나 봅니다.
ㅊㅈ와 함께 이곳 저곳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사진좀 찍었다 싶은 사람들은 한번쯤 가봤다던 포인트들)
동네도 가깝다면 가까운 편인지라 평일에 제가 야근하지 않는 날이면 (나는 한마리의 scv)
슬리퍼 질질 끌고 ㅊㅈ와 만나서 치맥 같은 (전 맥주를 못마셔서 소주를 가볍게) 것도 즐기곤 했지요
그렇게 한달여 정도를 ㅊ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들 다 해봤던 소소한 데이트들이라 디테일하게 언급하진 않을게요. 써봤자 그냥 루즈해 질 뿐이라^^;)
그렇게 만나면서 많은 얘길 하게 되고,ㅊㅈ는 저에게 저 또한 ㅊㅈ에게 서로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라 여기선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ㅊㅈ가 휴학을 하게 된 사정도 예전 남자친구 때문이더군요.
(남자쪽 사정이 어려워져 남자도 알바신공, ㅊㅈ도 도와준답시고 알바신공 뭐 대충 그런 뻔한 스토리)
아무튼 그러다 보니 그 군바리 자식이 제 눈엔 더욱 곱게 보일리가 없었겠지요.
과거야 그러던지 말든지,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사진도 많이 찍고 추억도 하나 둘 만들어갔습니다.
ㅊㅈ에게 사진을 직접 주지 않고 제 싸이에 올린 후 스크랩 해가라고 시켰습니다. (ㅊㅈ 주변인들에게 남자친구로 보이라고ㅋㅋㅋ 실제로도 ㅊㅈ 친구들이 저를 새로운 남자친구인줄 알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이따금씩 보이는 ㅊㅈ의 쓸쓸한 모습과 표정은 항상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래도 상관 없었습니다. ㅊㅈ의 ing 는 나니까요.
하루는 ㅊㅈ네 동네에서 슈퍼 앞에 만들어진 마루단상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날이 있었습니다.
(물론 전 소주를 가볍게-_-;;;;)
정말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슈퍼 아주머니? 할머니? 아무튼 핀잔을 주시더군요-_ㅠ 어여들 들가 가게문닫게)
전날 비가많이 왔다가 갠 탓인지. 하늘이 무척 맑았고 인천에선 쉽게 볼수 없는 별들이 그날따라 많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마루단상에 누워 한참을 말 없이 별을 보았습니다.
나 : 무슨생각해?
女 : 그냥. 별 참 이쁘다. 오빠는요?
나 : 그냥. 너 참 이쁘다. 정도?
女 : 아 뭐에요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
女 : ??
나 : 혜연아. (편의상 가명을 좀 쓸게요ㅠ ㅊㅈ야 이러면 이상하잖아요)
女 : 네?? 왜요??
나 : 나한테 와라.
女 : 오빠. 무슨.?
나 : 웃게하진 못해도 울리진 않을게.
女 : ….
ㅊㅈ는 대답대신 알수 없는 미소를 지긋이 지어주었습니다.
18살 첫 사랑때 고백이란 것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추운 겨울. 빌딩 사이로 불어오는 골목바람 맞으며 눈도 못마주치고 그저 ‘예전부터 좋아했어’ 라는 한마디가 어려워 30분 동안 애를 불러놓고 바들바들 떨다가 심장이 터질것 같이 두근대며 나지막히 말했던 그 기억.
그 후로 고백다운 고백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풋풋하고 아름답지만, 그때의 그 심장이 들렸다 놨다 하는 기분은 두번 다시 겪고싶지 않은 기분이었기 때문이죠.
여자를 만났다면 많이 만나봤지만, 다들 그렇게 만나다가 자연스래 흘러가듯 연인이 되는 어쩌면 조금 많이 퇴색되어 버린 그런 연애를 했던것 같습니다.
그런 27살 남자가 생애 두번째로 고백이란걸 합니다.
18살 소년에서 10여년이 지난 어른이 되어.
나 : 웃게하진 못해도 울리진 않을게.
ㅊㅈ는 대답대신 알수 없는 미소를 지긋이 지어주었습니다.
사실 대답같은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을 누군에게 진심으로 표현할수 있는 또한 그럴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그렇게 둘이 한참을 별을 보다가 돌아갔습니다.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부끄럽고 찌질하지만 당시 제 싸이엔 방문자를 알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돈을 월 계정으로 계산하면 프로그램을 설치해주는 업체가 있었어요. 지금은 도메인 폐쇄. 여담인데 한번쯤 썸씽 있었다 싶은 사람들은 한번씩 다 들어오더군요-_-)
변명을 좀 하자면 이상한 싸이코 같은 사람이 제 홈에 테러를 하기도 하고, 전 여자친구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가끔 내 생각은 하는지, 나를 잊었는지.)
ㅊㅈ와 만난 후부터 딱히 방문자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추적 싸이트에 상당히 오랜만에 접속을 하게 되었죠. (싸이트에서 방문자를 확인하는 방식)
그리고 하루에도 수차례나 내 싸이에 들어오는 한 사람.
ㅊㅈ가 제 싸이에서 사진을 스크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불안한 기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 사람의 싸이를 들어갑니다.
홈 메인에 연락처와 간결한 인삿말.
느낌상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군바리 자식.
아니.
김혜연 전 남자친구. (편의상 가명)
틀림 없었습니다.
느낌도 느낌이지만 그 보다. 그 추적 프로그램이란게 이전 싸이를 타고온 기록까지 뜨니까요.
홍길동>ㅊㅈ>나 이런식으로 말이죠.
뭐지. 군바리라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이렇게 매일같이 들어올 수가 있지 그것도 몇십분 단위로.
알 수 없는 느낌에 쉽싸였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심장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꾸물거리는 기분.
박동수가 빨라지고 어릴때 주사 맞기 전에 그 초조함 같은 느낌의, 그리고 손에 식은땀
ㅊㅈ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 또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치만 애써 묻어두려 합니다.
지금 느끼는 행복감을 깨뜨려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솓아오르는 그 무언가를 애써 억눌러 버렸습니다.
아무일 없다는 듯 일주일간 ㅊㅈ와 계속 연락을 했습니다.
간신히 그 일을 머릿속에 지워버린 채.
그렇게 어느 날 여느때와 다름 없이 ㅊㅈ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女 : 오빠. 무슨 생각해요?
나 : 응 아니야. 아무것도.
ㅊㅈ가 제 라떼가 담겨있는 잔을 들어 제 볼에 갖다 댑니다.
나 : 뭐야..;;;
女 : 다 식었어. 오빠 이 커피 다 식을동안 한마디도 안하고 멍하니 있었어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나 : 아. 미안. 요즘 회사에 일이 좀 많아서.
女 : . 아무리 그래도. 요즘 오빠 이상해. 요새들어 자주 이러는거 알아요?
나 : 정말 미안.;;;
女 : ….
ㅊㅈ가 나에 행동에 삐진것도.
못마땅해 하는것도 알 수 있었지만.
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녀석이 방문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일주일.
그 일주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짐 없이 내 싸이를 들어온다.
그놈이 어디서 개 땡보 근무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정상적인 군바리라면 절대 불가능하다. –
만약 ㅊㅈ의 말대로 녀석이 정말 군바리라면, 그리고 내가 겪고 있는 일 또한 사실이라면.
생각보다 위험한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노파심 섞인 걱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사람의 상상력은 정말 무섭다고 하던가요.
이미 제 머릿속에선 온갖 상황과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ㅊㅈ도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나 : 어떤 녀석이었니.
女 : 네???
나 : 전 남자친구.
저의 질문에 ㅊㅈ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女 : 오빠.
나 : ?????
女 : 신경쓰여요?
나 : 아니. 그냥 어떤 녀석인지 궁금해서.
女 : 오빠도 과거에 집착하는 그런 사람이에요?
나 : 그런게 아니…ㄹ (발끈해서 언성이 조금 높아졌습니다.)
女 : ….
나 : 미안.
女 : 후우. 오빠가 괜히 그런걸 물어보는 사람 아니란거 알아요.무슨일 있어요? 누구한테 이상한 소리 들은거에요?
나 : 아니야 그런거.
솔직히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ㅊㅈ가 걱정되는 것도 걱정되지만.
내 안에있는 의심 또한 그대로 무시되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女 : 남자다운 사람이었어요.
나 : ?????
女 : 우직하고. 거짓말 못하고. 융통성도 없고.그래도.
女 : 나이는 어리지만, 깊고, 큰 사람.
나 : . 그랬구나.
女 : 오빠 이제 그만 우리 일어나요.. 오늘 오빠 기분도 안좋은것 같고 많이 피곤해 보여요^^;;;
나 : 데려다 줄게.
女 : 아니야. 오늘은 그냥 나 혼자 갈래.
차마 더 붙잡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ㅊㅈ가 애써 이상하게 구는 나를 배려해 주는 모습도 그리고 일단 확인해야 했습니다.
저 또한 이별 후에 그렇게 쿨하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굴긴 했지만, ㅊㅈ말대로 남자답고 우직하고 어쩌고 한 녀석이라면 제 싸이에 남겨진 흔적처럼 구질하게 굴진 않을테니.
그리고 정상적인 군 복무중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위도.
집에 도착해 싸이트를 엽니다.
그리고 녀석싸이에 들어가 이것저것 확인해 봅니다.
히스토리를 보니 연락처를 등록한건 비교적 최근 나는 핸드폰을 열고 그 번호로 연락을 했습니다.
일반적인 송신음.
첫번째 전화는 그렇게 받지 않고 끊겨버렸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50초 가까이 지나 다 끊어져 갈 무렵.
여보세요. –
그렇게 녀석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규원 (편의상 가명) : .여보세요.
나 : 납니다.
규원 : ….
나 : 아무말 없는 거 보니, 내가 누군지도 알고 번호도 알고 있단 소리네 싸이에서 봤어요?
규원 : ….
나 : 나도 당신 번호 싸이에서 봤습니다.
규원 : 그러셨군요.
나 : 긴말 할필요 없고, 내 싸이에 왜 그렇게 스토커 처럼 들어와.
규원 : ….
나 : 당신 군바리 맞아? 근데 되게 한가한가보네?
규원 : 죄송합니다.
나 : 죄송하고 뭐고는 나중에 얘기하고 이유가 뭐냐고 묻지 않습니까.
규원 : …
규원 : 만나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한테 시간을 내 주실수 있으신지요.
전화로 들은 그 녀석의 목소리는, 제 전화에 당황은 한듯 보였으나 생각보다 더 이성적이고 너무 차분했습니다. 그 사실이 절 더 화나게 하고 제어가 되지 않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렇게 적개심 반, 질투 아닌 질투심 반으로 녀석을 다그쳤고 녀석이 만나고 싶다며 제 쪽으로 오겠다고 하더군요.
잠깐 어이가 없었지만, 전화로 얘기하는 것 보단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하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궁금했었습니다.
그녀의 추억속의 주인이.
그렇게 녀석과 약속을 잡고, 사람이 많을 구월동을 피해 비교적 한산한 동암 쪽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시간에 정확히 약속했던 커피숍으로 들어서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녀석이 먼저 자리에 있더군요.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니 자리에 일어나 저에게 인사를 합니다.
규원 : 처음 뵙겠습니다. 정 규워..
나 : 할말이 뭡니까.
녀석의 인사를 자르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규원 : 일단 뭐좀 드시겠습니까.
나 : 당신하고 사이좋게 커피 마시자고 온거 아니야 할말이나 하시죠.
규원 : 염치없지만 한번쯤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어떤 분인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나 : 군바리라며 요즘 군대는 두발자유화인가? 아니면 누구마냥 십자인대 파열되서 의가사제대 라도 하셨나요.
처음 녀석을 보자마자 눈에 띄인건 군인 같지 않은 긴 머리. 그것도 오랫동안 다듬지 않아 막 자란듯한 그런 머리였습니다.
면도도 채 하지않아 정돈되지 않은 모습. 그치만 뭔가 흐트러지진 않은 모습.
그런 녀석의 모습과 한참 가졌던 제 머릿속 생각이 뒤죽박죽 되어 잘 정리되지 않는 기분.
그래서 더욱 공격적이었던것 같았습니다.
규원 : 사정이 있었습니다.
나 : 그건 뭐 내가 알바 아니고, 날 만나자고 한 이유는?
규원 : 아까 말했듯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나 : .
규원 : 혜연이. 참 착하고 마음도 여린 사람입니다.
나 : 야..
규원 : ??
나 : 죽을래?
규원 : … 정도 많고 눈물도 많습니다. 감기도 잘 걸리고 몸도 약한 편이라 옆에서 잘 챙겨 주셔…
나 : 이런 미친새ㄲ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녀석의 멱살을 쥐고 일으켰습니다.
제 안에서 뭔가 턱 끝까지 차올라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이 솟구쳤었죠.
화가 났습니다.
그 순간.
녀석의 덮수룩한 머리와 함께 처음부터 눈에 띄었던 녀석의 오른손에 장갑.
여름이 짙어지는 날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이상한 장갑이 녀석의 손에서 벗겨져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손가락이 없더군요.
녀석은 저에게 멱살을 쥐인채 흐트러짐 없이 이야기 합니다.
규원 : 혜연이 행복하게 해 주세요. 그래야 하는 아이입니다.
약 몇초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머릿속이 미친듯 복잡해집니다.
그러다 녀석을 잡은 멱살을 밀치며 놨습니다.
나 : 신경 꺼.
그렇게 녀석을 두고 커피숍을 나왔습니다.
그날은.
몇병인지 세지도 않고 소주를 마신것 같습니다. 한병 두병 술병이 비워가고, 내 정신도 같이 비워지는 듯 합니다.
그렇게 술에 취해 잠이 들었습니다.
회사엔 아프다고 하고 전화기 배터리를 빼 놓습니다.
누워서 멍하니 있다가.
담배를 피우다.
술을 마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하루를 또 보냅니다.
가끔씩 핸드폰 전원을 켜보면
회사와 ㅊㅈ의 문자가 한꺼번에 밀려서 들어옵니다.
부재중 전화도 캐치콜로 계속 들어옵니다.
오빠 걱정되요, 어디 아파요?, 잘못했어요, 연락좀 해주세요, 저 싫어요? 같은 문자들이 계속 들어오고
이내 다시 전화기를 닫습니다.
그렇게 몇번이고 전화기를 켰다 껐다.
약 일주일 가까이 그런식으로 지낸것 같습니다.
하아.. 회사 짤렸겠네. 그날도 어김없이 술을 마시며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참 이상한 날입니다. 평소보다 많이 마셨고, 취했다고 스스로 자각했지만, 정신은 멀쩡한 기분
역시 전화기를 켜보니 그녀의 안부 문자들이 쏟아집니다.
술기운에 참치 못하고 번호를 누를까 하다가, 종료버튼을 누르고 주소록을 눌러 전화를 겁니다.
짧은 신호음.
?? : 오냐
나 : 형. 나.
나랑 가장 친한 형.
사진 얘기도, 예전 이별 얘기도, 시시콜콜한 얘기도.
다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
나 : 뭐하슈.
형 : 뭐하긴 임마. 인제 가게 닫고 집에 들어왔지. 니 술마셨나.
나 : 조금. 안피곤하면 술이나 한잔 합시다.
형 : 술은 무슨. 술 쳐묵었으면 디비 자라 자슥아.
나 : 그냥 간만에 한잔합시다ㅋㅋㅋ
형 : … 뭔일 있나….
나 : 일은 무슨ㅋ 그동안 연애한다고 형 얼굴 못본지도 오래됬고ㅋㅋㅋ
형 : 니 어디고.
그렇게 형을 만나러 갔습니다.
근처에 가니 밖에 미리 나와있는 형.
근처 편의점에 같이 들러 소주와 이것저것 잡히는 대로 손에 들고 나옵니다.
그리고 형의 집으로 갑니다.
나 : 간만에 보는데 소주야? 에.
형 : 소주가 와?
나 : 동생 기분도 꿀꿀한데 양주라도 한병 따야 하는거 아뇨?ㅋㅋㅋ
형 : 지랄을. 기집 있으믄 소주묵어도 양주 되는기고 없음 양주가 소주 되는기라. 대충 쳐 무라.
그렇게 형과 술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 속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다 풀어냈습니다.
그렇게 다 풀어내고 나니 사온술도 바닥이 났고, 시간도 엄청 흐르더군요.
형 : 그래서 우얄라고?
나 : 어쩌긴. 형도 나 악당이라매. 악당이 씨발 악당답게 굴어야지.
형 : 지랄을.
나 : 그러고 보니 형 말대로 나 생긴것도 참 악당이다ㅋㅋㅋ
형 : 술 취했으면 인제 디비 자라
나 : 세상엔 좆나 착한 새끼들이 좆나 많은것 같애.
형 : ….
나 : 나만 좆나 나쁜새끼 같잖아.
형 : 니 꼬장부리지 마라.
나 : 아무튼 내일 가게좀 열어줘.
형 : 낮장사 안한다.
나 : 술 한잔 더 할까?
형 : 시끄럽다.
나 : 아. 정말 착한새끼들 좆나 많다 진짜.
다음날은 아침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아침일찍 형의 집에서 나와 저희집으로 갑니다.
깨끗히 세수도 하고, 중요한 자리에 갈 때 처럼 준비를 합니다.
왁스로 머리를 몇번이고 만졌다 감았다를 반복합니다.
셔츠도 다리고, 붙은 먼지도 하나하나 테이프로 떼어냅니다.
그리고 담배를 몇대나 피우며, 시간을 죽입니다.
그녀에게 전화를 합니다.
혜연 (편의상 가명) : 여보세요.
짧은 그녀의 한마디에도 그녀의 목소리의 떨림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가슴이 벅차오르지만 애써 추스립니다.
나 : 오늘. 시간 괜찮니. 좀 보고싶은데.
약 일주일만에 전화에도 짧은 용건에도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제가 말한 시간과 장소로 오겠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나갈 준비를 합니다.
테이블 위에 페라리 블랙에 손을 가져갔다가 폴 스미스 익스를 잡습니다.
형의 가게로 갑니다.
형이 역시 가게를 열어놓고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나 : 나 왔어요.
형 : ….
약속 시간까진 아직 1시간이나 남아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며 계속 시간을 죽입니다.
1시간 동안 형도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옵니다.
오빠.
일주일밖에 보지 못했는데 너무도 그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보고싶던 그녀가 내 앞에 있습니다.
근데 너무 멀리 있는것 같네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그녀를 위해 의자를 빼줍니다.
형도 아무말 않고 녹차 한잔을 해서 그녀에게 내줍니다.
나 : 오랫만이다.
혜연 : ….
그녀는 아무말도 잇지 못합니다.
그녀의 눈을 보니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눈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그 눈을 계속 보고 있자니 제 마음이 울컥입니다.
웃게하진 못해도. 울리진 않을게.
시선을 피해야 했습니다. 똑바로 그 눈빛을 마주할 자신이 없습니다.
나 : 이야, 오랫만에 봤더니 더 이뻐진것 같네ㅋㅋㅋㅋ 잘 지냈어?ㅋㅋㅋㅋ
혜연 : ….
나 : 왜케 말이 없어? 나 일주밀만에 본건데 안반가워?ㅋ
혜연 : 오빠.
가게문이 또 다시 열립니다.
그녀가 당황합니다.
그리곤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나 : 앉아.
혜연 : 오빠. 지금 뭐하자는거에요?
나 : 앉아.
혜연 : 나 가지고 장난해요? 내가 그렇게 우습고 만만하게 보여요?
나 : 일단 앉아.
그녀가 돌아서며 나가려 합니다.
나 : 앉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녀가 놀랐는지 멈칫합니다.
형이 나서서 그녀를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힙니다.
그리고.
방금 들어온 사람도 자리에 앉힙니다.
규원 : 뭐하는겁니까?
혜원 : ….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나 : 내가 묻고 싶다. 니들은 뭐하는거냐.
혜연, 규원 : ….
나 : 어디서 이상한 새끼들하고 엮여서 별 개 좆같은 일을 다 당하는 구만.
혜연, 규원 : ??????
그녀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그 녀석 역시 나를 노려봅니다.
나 : 눈 풀어. 미친 애자새끼야.
녀석에 손에 끼어진 장갑을 낚아 챕니다.
나 : 손가락 작살나고 닭발되니까 사라줘져야겠다는 생각들든? 어디서 본건 좆나 많아가지고, 손모가지 그지랄 해놓고 로맨스 찍어봤자 하나도 안멋있어 병신아. 어디서 병신들이 사람을 귀찮게해.
내 속이.
내 피가..
내 마음이…
한꺼번에 역류하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참아봅니다.
나 : 어디서 병신같이 덜 떨어진년 좀 데리고 놀아줬더니 아주 재대로 끼이는 구만, 둘이 그러고 있으니 좆나 잘 어울린다. 하나는 애자새끼 하나는 병신년 한번 제껴보려고 좀 잘해줬더니 개 좆같은 년이 쳐 돌아가지고 주제파악 못하..
녀석이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성치도 않은 오른손으로 날 가격합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아직 통증이 있을텐데도 전 발로 녀석을 밀어 차 넘어뜨립니다.
나 : 장애인 새끼가 뒤질려고.
테이블이 넘어가고 녀석이 쓰러지고 전 밟는 시늉을 합니다. 그녀가 쓰러진 녀석을 감쌉니다.
혜연 : 왜 이래요!!! 나한테 왜 이래!!! 왜!! 왜!!!
그녀가 절규하며 소리를 지릅니다. 그리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낍니다.
나 : 씨발. 여자 한번 따먹기 좆나 힘드네.
가게 안은 정적이 흘렀고 전 가게 밖을 나옵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하염없이 걷습니다.
비가 좀 와주면 더 잘 어울릴것 같은데.
현실은 영화와 많이 다릅니다.
전화가 울립니다.
형 : 어디고?
통화후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형이 옵니다.
형 : 악당새끼.
나 : ….
형 : 괜찮나.
나 : ….
그렇게 한참을 서로 말없이 앉아만 있습니다.
나 : 형.
형 : ??
나 : 사진 찍으러 갈래요.?
형 : …. 낚시나 가자….
형 차를 타고 그렇게 어디론가 계속 가고있는 와중에도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형도, 나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테니까요.
차안에서도 도착하여 저수지 같은곳에 낙싯대를 드리우고 나서도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었습니다.
형 : 와 그랬노.
나 : ….
형 : ….
나 : 남자가 후지면 안되잖아.
진동 소리가 들립니다.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
오빤. 참 좋은 사람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