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Horror-story할머니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 1화 - 한(恨)의 서막

할머니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 1화 – 한(恨)의 서막

이 연재글은 할머니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 – 한(恨)의 1번째 글입니다.

할머니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 한(恨)

욕구나 의지의 좌절과 그에 따르는 삶의 파국 등과 그에 처한 편집적이고 강박적인 마음의 자세와 상처가 의식·무의식적으로 얽힌 복합체를 가리키는 민간용어. 응어리.

한(恨)의 서막

이 이야기는 군대 휴가나와서 할머니댁에 머물렀을 때 할머니와 저녘상으로 삼결삽을 먹으며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 저 요즘 무서운 이야기 수집 중인데 혹시 무서운 일 경험하거나 본 적 있어요?”
손자가 맛있게 구워놓은 삼겹살을 할머니는 쌈장을 듬뿍 발라 마늘과 양파를 얹고 한입 크게 벌려 넣으시면서 저에게 큰소리로 말씀 했습니다.

“왜 없겠어… 요즘 세상에 그런 일 한번 안 겪은 사람도 있나?”
경상도 사투리를 진하게 쓰시는 할머니의 말은 충청권으로 이사온 제가 알아 들으려면 가까이 붙어 앉아서 귀를 있는대로 기울이고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 그럼 저 빨리 해줘요ㅠㅠ 급해요!!!”
할머니는 손자의 애원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같이 휴가온 저의 일행과 농담 따먹기에 더 관심을 보였죠…그런데 그런 할머니의 모습은 손자가 부탁한 무서운 이야기의 중심에서 할머니의 입으로 통해지는 기분 나쁜 느낌이 싫어서 즉 다시 한번 예전 일을 회상하며 또 한번 그때의 악몽을 되새기기 싫어  일부러 그런건 아닐지 의심이 갈 정도로 표정이 않 좋아 지시더군요.

애써 삼겹살만 드시고 계신 할머니께 저는 또 한번 재촉 했습니다 .
“할머니 진짜 자꾸 안해주면 내가 무서운 이야기 하고 우리 오늘 밤에 여기서 안잔다!”

그때서야 할머니가 고개를 제 쪽으로 돌리시면서

“이놈아 옛말에 없는 이야기도 자꾸 하다보면 그게 보이고 있는 이야기도 회자가 안되면 그게 없어진다고 했는데… 넌 뭐하러 그런 쓸데없는걸 들어가면서 밤잠 설칠라고 하냐?”

진심 짜증이 섞인 말투였으나 어렸을 때 부터 내 부탁이라면 싫은소리 하시면서도 다 들어 주시던 우리 간지 할머니!

이번에도 못이기는 척 슬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더라구요~

할미가 어렸을때 이곳으로 이사왔을때 였어…그 때 니 할아버지네 집안은 증조 할아버지 때부터 좀 부유한 집안이었지. 모르겠다. 그전부터 잘 살던 집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할미가 말 한마디 걸기 힘들정도로 이 동네에서 시아버지의 위엄과 그 명예는 상당 했었지…

처음 시집왔을 때 넓은 밭과 큰 집의 규모를 보고 크게 위축되어 있었는데 집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대하는 니 할아버지는 정말 잘생기고 키도 훤칠해서 할미도 꽤나 마음에 들었던 그 즈음에 마당에는 두어명의 마당쇠와 밥때기등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는걸 보고 아 정말 잘사는 집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

“그건 들어서 알고 있어, 증조 할아버지때 노비도 3명인가 있었다구 하던데?” 아빠가 말씀해주셨어. 그럼 할머니가 갔을때도 있었던거야?

그래…그런데 그게 꼭 노비라기 보다는 오히려 가족처럼 더 화목해 보이더라구. 그래서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할미는 정말 기분좋고 희망에 차 올라서 그렇게 시집살이를 시작하게 됐지…

그런데 그 집 뒷산이 선산인데… 그 산에 우리 조상들이 많이 묻혀 있고 또 이름 모를 묘도 엄청 많은 산이었거든…지금은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정등이라는 사내놈 하나와 복분인가? 하는 여자아이 하나가 가사일을 도와 주는 아이들이었는데 할미랑 또래거나 아니면 한 두살 많은 그 아이들과 할미가 시집온지 한 3달정도 됐을때 그 뒷산 그러니까 선산으로 나물을 캐러 간 적이 있었어…

그때가 아마 이른 8월정도 됐을꺼야…

“워어~ 할머니 남자 이름이 정등이야 -_-? 성이 설마 정씨고 이름이 등은 아니겠지?” 급조한 이름인거 같은데 -_-;;

특이한 이름이어서 남자 이름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군소리 말고 들어. 그렇게 할미는 뒷 뜰로 나가면 보이는 작은 개울가를 타고 급하게 비탈진 밤나무 경계면에 첫발을 내딛고 나름 나들인지라 복분이는 아침 일찍부터 주먹밥과 냉국을 머리에 이고 내 바로 뒤를 따랐고 정등이는 커다란 소쿠리와 큰 호미3개를 들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마지막으로 걷고 있었지…

그렇게 꽤나 가파른 산 비탈길을 우리는 한참을 올랐고, 그렇게 한참이 지난후에야 힘들게 산 나물들이 나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어…

거기가 어디냐면 할머니는 손끝으로 내가 앉아 있는 등 뒤로 할머니의 밭 위쪽 산등성이를 가리키며 예전 기억이라도 떠올리는 듯 미세하게 목소리가 떨리는 듯 하였습니다.

저기가 그 나물을 캐던 산이야… 할머니가 손으로 가르킨 곳으로 우리들의 시선은 일제히 향했고 그 곳에서 한참동안이나 우리는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옛날 옛날에는 그 곳에서 화산이라도 폭발 했었나 싶을 정도로 녹색을 띈 풀로 넓은 분지 형태를 이루고 있었고 약 1000여평의 그 의문의 파란 풀들 주위로는 족히 건물 5층 높이는 되보이는 듯한 침엽수림이 그 분지를 애워 싸고 있었으며 그 경사면이 족히 40도는 되 보이는 엄청 가파른 곳이었습니다…

꽤나 많이 놀러 갔던 할머니댁이건만 처음 보는 광경에 약간 섬칫해져버린 저였습니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저에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듯 할머니는 차분히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처음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때는 풀들과 돌. 야생화 그리고 찰진 흙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서인지 향긋한 냄새가 나더라구. 힘들게 올라온 보상을 받는거라고 생각했지. 그게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말끝을 흐리는 할머니의 안색이 좋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나물을 캐지는 않았고 잠깐 땅에 몸을 반쯤 젖혀서 기대 앉은 상태에서 우리는 준비한 주먹밥과 냉국으로 아침을 거르고 이른 아침부터 산을 타서 그런지 허기진 배를 때울 생각부터 하게 되더라.

그렇게 우리는 별 말도 없이 주섬 주섬 허기를 때우고 있는데 바로 그 때 정등이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더라구…

“저기 형수님 (당시에는 아씨라고 불렀다고 하지만 후에는 워낙에 할아버지와 절친한 친구 사이처럼 발전되서 형님이라고 불렀고 당연히 할머니에게도 형수님이라고 불렀다고 하더군요!) 이 곳 와보신 적 있나요?”

다급 하다거나 급하다기 보다는 뭔가에 두려움을 느껴 공포심으로 인한 미세한 떨림이 밥알을 채 씹지도 못하고 말하고 있는 정등군의 질문은 화려한 경관과 따스한 햇빛에 취한 할머니를 순식간에 궁금증과 의구심으로 가득차게 만들었습니다…

이 말을 같이 듣던 복분이의 의미심장한 옅은 미소는 그 당시의 할머니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흠? 당연히 와본적 없지..나도 시집온지 얼마 안됐다구..! “

궁금증에 눈을 똘망똘망 뜨고 대답하는 할머니에게 “얼마전에 이곳에서 이 고향사람들이 아닌 남녀 2명의 사체가 발견됐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하는 정등군의 눈초리가 새삼 섬뜩하게 여겨지는 할머니께서는 아랑곳 하지 않고 되 물어 봅니다.

“나이가 얼마나 되는데? 왜 죽은거래?”
“그게…그러니까…”

말끝을 흐리는 정등이를 대신이라도 하듯 곧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씨! 그게 총상으로 죽은것으로 보아. 아마도 괴뢰군에게 납치나 총살을 당한뒤 사체가 이쪽에 버려진듯해요~”

애써 태연한척 하는게 아닌 정말로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복분이의 모습은 차갑디 차가워 보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 뱉는 두 젊은이 덕인지 할머니 조차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상황으로 전개 되어졌습니다.

“어… 총살? 괴뢰군? 뭐야? 그럼 그때가 1950년 6월 25일 6.25 전쟁 직후 있었던 일이라는거야?”

할머니는 귀찮다는 듯 날짜는 정확히 기억 못하는데 그 때 당시의 우리나라는 전쟁 중이었던건 사실이고 워낙에 시골 오지의 그 동네에서는 전쟁과는 별개의 나라인 마냥 결혼도 농사도 아무 차질없이 그렇게 평상시 모습대로 돌아가고 있었어.

선뜻 납득이 가는 상황이 아니고 재차 확인할 겸 또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아니 그럼 그때가 6.25전쟁 이후의 일이 아니라… 6.25 전쟁중에 있었던 일이라는거야 ?”

우리는 전쟁이 난것도 몇달뒤에 알았고. 그때 사람들이 남쪽으로 피난을 갔다는 사실은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으니까. 그 당시 그 마을엔 약 10가구들만이 자급 자족 하면서 살던 터라 어느 하나 걸어서 3시간이 넘는 읍내까지 나가서 소식을 알아온 사람들이 없었을 지경이니 말이야.

근대사중에 가장 큰 국가적 사태였던걸 아는 저로서는 이 이야기가 6.25 전쟁과 맞물려 왠지 모를 긴장감까지 돌게 만드는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곧 다시 말을 잇는 복분이의 이야기에 할머니는 한 여름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기운에 할머니의 고개는 좌우로 수십번씩 돌려가며 아름답기 그지 없던 주위의 모습을 재차 확인하고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 1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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