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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 3부 – 한(恨)의 결말

이 연재글은 할머니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 – 한(恨)의 3번째 글입니다.

할머니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 3부 : 한[ 恨 ] 의 결말

그렇게 할미는 집에들어와서 괘씸한 정등이녀석과 복분이년을 가만둬서는 안될꺼 같아서 할아버지를 찾았어. 이리 저리 수분을 찾아 헤매며 불러보았지만 집안에는 아무도 있지 않더라구. 바로 그때 파란색 대문을 통해서 복분이와 정등이가 흥얼 흥얼 거리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 내는거 아니겠어? 막상 그 두 년놈들을 보니까 다시 오금이 저리면서 섬뜩했던 좀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할머니는…
 
“그래 지금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서 일을 크게 벌리는거보다 내가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 후에 추궁하더라도 해야겠다. 지금 당장은 내가 시집온지도 얼마 안됐구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가 더 쉬우니까…”
 
억울하지만 굳은 결심을 하고 좀전의 상황들을 되뇌이며 마음속으로 기억하자고 재차 다짐을 하는 할머니…그렇게 몇달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고 마을에는 90세가 넘으신 마을의 장로 한분께서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할미는 그때 이것저것 마을 처자들과 먹을거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던 때였어. 오후 2시정도 됐을까? 마을 어른 한분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걸 듣게 되었지. 얼마전에 이 마을에서 발견된 2구의 시체가 아무래도 북한 사람같다는거야…발견당시에 여자는 얇은 무채색의 한복을 입고 있었고 남자는 피로 얼룩진 곤색 남방과 검정색 면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바지 안주머니에서 삐라(찌라시?북한 선전물?)를 잔뜩 넣어서 주머니에 공간이 없었고 여자의 손에는 하얀색 손수건 같은게 있었는데 거기에는 ‘인민구생’ 이라는 단어가 빨간색으로 찍힌걸 보아 북한 사람같다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꺼내고 있었어…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잊어 버렸던 몇달전의 그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르는 할머니는 밤나무 뒷편의 넓은 그 곳으로 잠시 시선을 옮기게 됩니다. 하얀 눈이 수북히 쌓인 그곳은 그저 평화롭기 그지 없었으나 잊었던 기억 때문인지 금새 눈을 다시 내리 까는 할머니였습니다.

그래 저곳을 신랑하고 도련님하고 다시 한번 올라가봐야겠다. 어차피 좀있으면 설날이고 그 전에 한번 갈일이 있지 않겠어? 할머니가 그 의문의 무덤이 있던 그 산을 다시 오르기까지는 얼마 긴 시간이 걸리진않았습니다…
 
“임자? 오늘 저 뒷산에 할아버지 산소에 가야 할거 같으니까 탁주하고 부침개 그리고 포랑 과일좀 준비해놔.”

오랜만에 할아버지께서 고조 할아버지 산소에 가시기 위해서 엄동설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섬주섬 옷을 걸치며 입을 땝니다.

“저기… 그럼 저도 같이 올라 갈까요? 집에 있으니 심심하기도 하고. 저도 할아버님 산소에는 가본적 없으니 따라가 볼께요!”
 
특별히 할일이 없던건 맞는 말이지만 할머니는 이미 다른 목적으로 산을 오르고자 했던게 분명했습니다.

“힘들게 눈까지 와서 길도 파이구만…뭐하러 궂이 고생을 할라고…” 거절하는듯 한 할아버지의 말투에는 싫지만은 않은 내색이 역력했습니다.

“아니에요 뭐 가서 살필것도 있고 바람도 쐴 겸 같이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음식 준비 할테니까…”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선산을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정등이가 한 마디 건냅니다.

“저기 형님 저도 같이 따라가겠습니다 . 눈길이 위험하니 제가 동행 해야겠습니다” 말을 채 끊자마자 할머니를 노려보는 정등이의 눈은 일전에 그 산에서 보았던 바로 그 눈이 분명하다고 느낀 할머니는 거칠게 손사레를 치면서 

“아니야. 너는 그냥 집에 있어… 따라오지마!!” 경기를 일으키며 거절하는 할머니를 보고 할아버지는 크게 웃으며 
“허허허허~ 왜 그렇게 놀래는가? 그래..그래… 힘든데 뭐하러 너까지 가냐.. 넌 그냥 집에서 쉬도록 해…”

끝까지 따라 가겠다는 정등이의 요구에도 불구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선산에 오르게 됩니다…그렇게 수십분이 지나드디어 할머니는 한여름에 왔던 바로 그 곳에 다시 도착하게 됩니다. 그 곳은 전혀 변하지 않은 채 발목깊이 까지 쌓인 눈더미들만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첫 나들이를 축하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누군가가 찾아 올리 없는 이 산골마을의 오지 산속에…바닥에 눈은 사방으로 흩날려 뿌려져 있고 듬성듬성 땅까지 파져 있으며…그 파여진 눈길은 정면에 보이는 이름모를 묘까지 일자로 쭈욱~~ 향해 있었습니다. 주위의 모든 만물이 하얀 눈으로 덮여 모든것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이름모를 2구의 묘는 눈이 덮여 있지도않았고 오히려 잔디가 빛나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긴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먼저 말을 건냅니다. “임자? 이곳에 누가 다녀갔던가 보우? 저 산소의 가족들 되는 분들이 다녀갔나?”
 
의구심에 찬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일체 의구심따윈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물음이였습니다. 무언가 말해 주고 싶었지만 할머니는 그냥 꾹~ 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팔뒷쪽을 잡아 끌고 올라왔던 길을 거꾸로 천천히 10m를 내려와서는 일전에 목격한 그 시체가 있던 곳으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고 벗겨진 소나무의 껍질들만이 이리저리 퍼져있었을뿐…

“임자 여기가 아니라 저 위로 올라가야 할아버님 산소가 있어. 뭐 하러 이리로 데리고 온거야? 빨리 올라갑시다~”
할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할머니를 잡고 다시 산을 오르게 됩니다. 
“왜 아무것도 없지? 왜..?” 이상하게 생각하시며 할아버지에게 이끌려 다시 산을 올라 그 의문의 2개의 묘를 지나
칠때 쯤 할머니는 또 한번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
 
묘를 우측에 두고 두분이 지나칠때쯤 그 묘 정중앙에 하얀색 머리가 불쑥 튀어 올라 할머니를 응시하고 머리카락이 묘를 애워싸 묘가 검정색으로까지 보이게 됩니다. 바로 옆에 묘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 할머니는 소리도 지르지 못한채 할아버지의 옆구리를 꾸욱 꼬집으며 그 자리에 주저 앉게 되었습니다.
 
“저…저기…….묘…………………….에……….”
 
할아버지는 가던길을 멈추고 뒤쪽 묘로 시선을 옮겼으나 별다른 특이한 점을 찾지 못하고 할머니에 꾸중 하듯이 한마디 합니다.

“거봐..힘든 산행이라 집에서 쉬라니까 괜히 따라와서 이상한 소리나 해쌑고 말이야!” 
“좀 있음 날 저무니까 빨리 따라오기나 해!”
 
대수롭지 않다는듯 할아버지께선 가던길을 가려고 합니다. 그때  할머니에게는 서운해 할 기분조차 느끼기 전에 할아버지는 눈앞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구 잠시후 ..
묘를 중심으로 좌 우의 소나무밑 수풀들 사이에서 ‘쉬쉬쉬쉭~~ 휘리리릭~’ 소리가 나서 주저 앉은 상태에서 좌우를  둘러보게 되는 할머니… 형체를 알 수 없지만 입만 빨갛게 보이는 귀신들이 “우키키키키…끼르르르르르”
소리를 내며 소나무 사이를 대각선을 빠르게 이동하며 지그재그로 할머니에게 다가 오고 있었습니다…
 
“어….엌…엌…………………………..”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더이상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었지요. 정신을 놓고 쓰러진지 얼마 되지 않아…
 
“임자 ..정신 차려 ..임자 .. 눈뜨라고 …”
 
할아버지의 애타는 부름에 할머니는 눈을 뜨게 되고 지금까지의 일들과 본 것을 차근 차근 말하게 됩니다 .
“여보 그게 복분이 어쩌구~~ 정등이가 어쩌구 시신이… 묘가… 대각선… 나무를 거꾸로 어쩌구…”
 
한참을 차가운 눈위에 몸을 기댄후 말한지라 할머니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서 점점 핏기를 잃어가며 온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워 지는걸 직감한 할아버지는 “일단 임자 알았으니까 어서 업히도록 해. 자세한 얘기는 내려가서 하자구…”
 
그렇게 할아버지의 등에 업히게 된 할머니는 두 팔과 다리엔 힘이 전혀 없어서 온몸을 축 늘어뜨린채 할아버지의 따뜻한 등에 업혀서 내려가다가 문득 등 뒤의 상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지금껏 자기가 귀신에 홀려 헛것을 봤나 싶어서
할아버지의 등에 업힌채 고개만 살짝 돌려서 뒤를 확인했습니다.
 
 
……………………………
……………….
 
 
 
묘를 중심으로 4명의 귀신들이 일렬로 서서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린 상태로 묘를 엄청 빠른 속도로 돌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할머니는 두눈을 찡긋 감고 벌벌 떨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게 되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온 할머니는 몇일을 앓아 눕게 됩니다.
 
 
전혀 출처를 알 수 없는 복분이가 만든 정성어린 한약을 먹으면서 ….
그렇게 점점 이상한 사건에 휘 말려 가는 할머니는 드디어 무언가 잡히는게 있는듯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할아버지에게 뛰어갑니다.
 
 
“여보 ~~~”
 
 
 
                                   

“여보~”

뭔가 생각이라도 난듯 급하게 할아버지를 찾으시는 할머니는 이미 어떤 확신에 찬 표정이었습니다. 집앞에 작은 개울가에서 정등이와 개구리를 잡고 계시던 할아버지는 집에서 할머니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분간을 돌아다니면서 할아버지를 찾던 할머니는 이내 포기 하고 다시 방안으로 몸을 돌려 들어가던 찰나 뭔가 등골이 오싹하여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곳엔…부엌 문틈사이로 무언가가 움직이지 않은채 자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죠.

‘설마 집안에서 무슨 일 있겠어?’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부엌으로 향하며 복분이의 이름을 불러댑니다.

“복분아?… 부엌에 복분이니?” 부엌으로 향하던 할머니는 계속하여 아무대답이 없는 부엌쪽의 그 공간이 순간 공포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와 가던길을 멈추고 다시 한번 부엌의 외곽을 천천히 제 자리에서 둘러봅니다..

바로 그때,
등뒤에서 허리를 쿡쿡 찔러대는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복분이가 등뒤에서 무언가를 끓여 잔에 담아서 아무 기척없이 할머니의 뒷편까지 와서는 .. 천천히 입을 때기 시작합니다.

“아씨..아직도 헛게 보이시나봐요… 부엌에 누가 있다고 그래요?”

…………

……

“너 언제부터 내 뒤에 있었어?”

놀란 할머니는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더 아무렇지 않은듯 말을 꺼냈습니다.

“언제부터라뇨? 좀 전에 작은 마님 찾을때 부터 뒤에 있었는걸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복분이가 어이가 없어서 순간 울컥한 할머니는

“야..이 기집애야 그럼 뒤에 있음 인기척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화난 할머니가 소리치자 이 당돌한 복분이는 한 술 더 뜨면서 의기 양양하게 말한다.
“아.. 아씨 생각보다 충격이 심하셨나봐요? 제가 뒤에서 그렇게 많이 불렀는데…그걸 못 알아들으시더니 이제와서 저한테 이렇게 역정 내시면 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알수 없는 미소까지 비치는 복분이의 눈과 무미건조하게 억양없는 말을 뱉어내는 복분이의 모습이 예전의 산에서 있었던 일과 오버랩 되면서… 그 자리를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되어 대꾸를 하지 않은채 등을 돌려 안채로 향하는 할머니의 등뒤에서 .. 무언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흐흐흐흐흐 뒤를 봐 .. 뒤를 .. 우리가 있자나 .. 히히히히 뒤 안봐?… 히히히히”

분명히 이건 복분이가 아니었습니다…

무서웠지만 괘씸하고 할아버지가 자리에 안계실때만 이러는 복분이년이 너무 얄미워서 고개를 홱 돌려서 뒤를 확인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좀전의 차를 들고 있던 복분이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자신을 노려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말을 했다고 합니다.

“거봐요. 좀전에도 이렇게 아씨를 불렀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들리시나봐요? 좀전엔 못들으시더니? 히히히 항상 정신을 집중하고 계세요.. 아씨는 몸이 약해서 정신이 흐트러지면 큰일 나겠어요~” 웃으면서 할머니를 지나쳐 부엌으로 향하는 복분이의 걸음은 그렇게 경쾌해 보일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방안으로 들어가 자기가 할아버지 한테 하는 말이 어떤 경로로든가 복분이와 정등이의 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방안에서 천천히 펜을잡고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녘….

할아버지가 과음을 하시고 들어오신 날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숙취에 도움이 되고자 부엌으로 가서 손수 꿀물차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잔으로 옮겨 담기 위해서 찬장을 열어보았지만 꿀물을 담아 갈 만한 찻잔이 맨 위에 수납장에 올려져 있어 할머니는 까치발을 딛고 손을 위로 올려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잔을 잡으려는데 무언가가 집히는 거였습니다.

이상하게 생각된 할머니는 그것을 잡고 확인하게 됩니다 ..

그건 회색빛 진하게 바랜 꾸깃 꾸깃해진 사진이었는데. 그 촬영 대상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훼손이 심해졌고 사진의 밑쪽에 체구가 작은 아이들같이 보이는 부분은 얼굴부분이 두명 다 동그랗게 잘려져 나가있었습니다 .

사진속의 사진들의 형태와 그리고 잘려나가진 부분 그리고 뒷 배경까지 ..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없고 왠지 모를 두려움에 그 사진을 다시 찬장 안으로 가져다 놓으려고 찬장을 잡고 올려놓는데 그만 찻잔이 떨어져서 난 “쨍그랑” 소리에 놀라 그만 사진을 부엌에 있는 소죽을 끓이는 큰 가마솥에 사진을 빠트리게 됩니다 .

때마침 펄펄 끓고 있던 가마솥 안쪽에 빠진 사진을 할머니는 어떻게 손 써볼 겨를도 없이 총총 발만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던 할머니는 국자같은 긴 막대기로 그걸 간신히 꺼내게 되었으나 사진의 프린팅 된 면은 이미 고온으로 이젠 아예 형체 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그냥 종잇조각이 되었습니다 .

할머니는 그 사진을 찬장에 대충 집어 던져 놓고 꿀물을 잔에 옮겨 담아 할아버지가 누워 계신방으로 뛰어갔습니다.

“임자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집안에서 뛰어다녀?”

할아버지는 술에 만취 했으나 정신만은 오히려 더 맑게 개인 듯 했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그 동안의 미심쩍었던 일들을 할머니는 정성스럽게 만들어온 꿀물을 할아버지 앞에 놓으면서 입을 열기 시작합니다.

“여보 사실은 내가 여기 시집오고 나서부터 느낀건데 말이에요. 정등이랑 복분이가 이집에 어떻게 들어오게 된거며 실제 이름과 나이를 알고 있는지 여부와 또 저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그게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했어요!”

할아버지 또한 꿀물을 마시려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반듯하게 앉아서 자리 잡으며

“후~~”

꿀물을 입김으로 식힌 후 한입 크게 마신 후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그게 임자… 사실 저 아이들은 내가 15살이었나 ? 그때 쯤 우리 선산에서 온몸에 흙과 피로 범벅이 된채 쓰러져 있어서 내가 밤따러 갔다가 발견하고 아버지에게 말씀드려서 아버지가 받아주신 애들인데 정확한 나이는 잘 모르겠는데 나보다 좀 어린거 같고 이름은 본인들이 기억을 하고 있어서 그 이름이 맞는거 같은데…

나도 좀 찝찝한게 저 아이들이 오고 나서 부터 가세가 확실히 많이 기울어 진거 같고 또 이상하게 마을에서 흉흉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마을에서 전에 없던 닭들이 목이 잘려나간채 발견되고 길가에는 뱀들이 넘쳐 나질 않나 .. 산판(산을 깍아서 새로운 나무를 심는 행위? 잘 모르겠음 하여튼 할머니가 산판이라고 표현 하더라구요 ~)
을 하려고 올라간 인부들이 나무에 깔려서 크게 다친 사건.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을의 산소가 잔디가 다 뽑히고 흉측스럽게 시뻘건 흙만 남겨지질 않나..

“꽤나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 졌었지..”

또 말씀을 이어 가시는 할아버지.
“거기다가 최근에는 당신까지 이상한 것들을 목겨하고 앓아 눕고 아버님도 병세가 악화되시고 나서 자꾸 이상한게 눈에 보인다고 하시고 나 또한 편하게 잠자리를 하지 못하고 있으니 뭔가 있긴 있는거 같구려…내일 당장이라도 용한 굿쟁이를 불러서 굿이라도 해야 겠구려”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다 듣고서도 뭔가 깨림칙하였지만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알겠어요.. 어서 꿀물 드시고 내일 얘기 합시다 .. 어서 주무세요 ..”

그렇게 빈잔을 들고 안채에서 나와 할머니는 부엌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한 겨울의 밤이지만 너무도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에 할머니는 걸음을 재촉하여 부엌으로 향하였고 ..

그곳에서 할머니는 모든 의문이 풀리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부엌에 다 다다랐을 즈음 그곳에서는 누군가가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빠.. 아무래도 이제 우리 이집에서 나가야겠어.. 뭔가 다들 눈치 챈거 같아.. 저 년이 들어오고 나서 우리가 계획했던게 다 틀어 지는거 같애 ! 젠장”

“복분아 그래도 아직 어머니 아버지 원한도 못 갚았는데 어떻게 당장 여길 떠나겠냐. 조금더 기다렸다가 기회를 잡자…”

흑흑흑…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 복분이가 천천히 말을하기 시작합니다…”저 년이 우리 엄마 아빠의 마지막 추억인 사진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는데 어떻게 참으란 말야. 저 죽일년 내가 반드시 복수 할거야…”

모든걸 이해 한다듯이 정등이가 말을 이어 받습니다.

“그래 우리가 안되면 다시 아빠 엄마 한테 힘을 빌리면 되.. 엄마 아빠를 보러가자.”

그렇게 부엌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그대로 할머니의 귀에 들어왔고 할머니는 재빨리 마루 윗쪽으로 뛰어 올라 문뒤쪽으로 몸을 숨깁니다. 정등이와 복분이는 잠시후 부엌에서 나와 마당 안쪽 그러니까 외양간 옆쪽에서 기르던 닭한마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서 보자기에 애워 싸고 복분이는 왼손엔 시퍼런 칼을 오른손엔 배 하나를 집어 들고 그렇게 유유히 마당을 벗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지금이 기회다..
본능적으로 뭔가가 일어 날거 같은 분위기에서 할머니는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할아버지가 계신 방으로 들어가서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합니다.

“여보 ~여보 ~.. 일어나봐요 지금 복분이랑 정등이가 집밖을 나갔어요 .. 지금이 기회에요 ..!! 빨리 따라가 봅시다 ..”

할아버지도 비몽사몽이었지만.. 할머니의 급한 외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입으시고 .. 할머니와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

“그런데 임자 어느쪽으로 가야 하지?..???”

할머니는 한참 생각해보지도 않고 말합니다 .
“우리 선산 !! 그래 그쪽이에요 .. 제가 귀령들을 2번이나 목격하고 .. 밤나무가 있는 그곳 그 쪽일 거에여 “

낡은 알콜 램프와 작은 각목 그리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성냥개비만 챙기고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선산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밤나무골에 도착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일행은 먼저 떠난 복분이와 정등이의 인기척이나 행적을 찾지는 못했으나 .. 그냥 본능적으로 그 선산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밤나무골을 거의 벗어 날때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기겁할 만한 것을 보게 됩니다 . 밤나무 사이에 소복히 쌓인 눈위에 선명하게 찍힌 핏자국 어렴풋한 달빛과 밝지는 않지만 길을 비춰주는 알콜램프 덕에 ..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눈위에 떡하니 놓인 닭의 머리와 사방으로 튀어 있는 피를 보고 잠시 가던길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게 됩니다 ..

할아버지는 갑자기 화가 나신건지 ..

“네 ..이녀석들을 진짜 ..!!”

혼잣말로 나지막하게 말하시곤 곧장 가던길을 재촉하여 걷는 할아버지 … 할머니도 이에 질세라 빠른걸음으로 할아버지를 뒤 쫓아 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 드디어 그 선산의 중턱 의문의 이름 모를 2개의 묘소가 있는곳 까지 왔을때 쯤 …

할머니는 거친숨을 몰아 쉬고 있는데… 할아버지의 딱딱한 손이 할머니의 입을 입막음 합니다.
“조용히 해봐. 저기 묘에 누군가 있어. 아무래도 그 녀셕들 같은데 여기서 좀 지켜 보자구. 일단 이 램프는 꺼야겠군. 어두우니까 내뒤에 바짝 붙어 있으라고.”

할머니는 그러겠노라 고개를 끄덕이고 할아버지의 등뒤에 바짝 기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무언가를 열심히 만지작 거리는 정등이와 복분이가 어둠에 익숙해지자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 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계속하여 주문같은걸 외워대고 있었고 말하다 말고 웃고 다시 주저리 주저리 말하다가 웃고 누가 봐도 이상한짓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됩니다 .



갑자기 절을 하던 두 사람은 수풀 쪽을 향하여 소리치면서 반가워 합니다.
“엄마~ 아빠~ 어서오세요~”

그렇게 두명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일전에 보았던거 처럼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서서 실실 웃으면서 덩실덩실 동그란 원을 그리며 묘를 계속하여 돌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노래를 흥얼 거리면서…


그렇게 돌던것도 잠시 갑자기 멈추어 서서 정등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마구 뛰어 오더랍니다. 할아버지도 순간 흠칫하여 할머니의 손을 잡고 마구 뛰어 내려 왔습니다. 수십분을 뛰어 내려와서 드디어 집에 도착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공포감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읍내로 내려와서 용하다는 무당을 섭외하여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됩니다.

그렇게 한바탕 요란한 굿판이 벌어지게 되고 정등이와 복분이는 아침일찍 밭에 나갔다가 오후 쯤에 집에 들어와서 이 광경을 보고 마당에는 들어오지도 못한채 대문 밖에서 눈물만 흘리면서 계속 하여 “안돼..안돼..” 만을 외칠 뿐 절대 마당 안쪽으로는 발도 들여 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무당은 큰 금색 칼을 이리 저리 휘드르며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칼로 긋고 다니기 시작했고 정등이와 복분이는 마치 자신이 그 칼에 베이기라도 한냥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접신이 된 건지 갑자기 무당이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더니 몸을 벌벌 떨면서 말합니다.
“우리가 너무 추워서…그랬어… 우리 애들까지 죽일 필요는 없자나”
“우리가 니네 한테 잘못한게 뭐야? 말해봐… 우리가 피해준게 뭐냐고…? 히히히히히 결국은 이렇게 되서 니들은 좋겠네? 낄낄낄”

무당은 제 자리에서 풀썩 주저 앉더니…마치 목숨을 다한 듯 가녀린 목소리로 이야기 하게 됩니다.
“얘들아 이리오지마. 어서 도망쳐~ “

손사레를 치면서 마당밖의 복분이와 정등이에게 손으로 가라는 표시를 계속 합니다.

곧… 그곳에 모여있던 마을 주민 모두가 알아 들을 수 있게 정등이는 큰 소리로 복분이는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지르고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외친 정등이의 외침은 두고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공포로 다가 오게 됩니다.

“간신히 하루 하루 사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재미삼아 건드려 보는 너희들 모두에게 내가 죽어서도 복수 할테니 두고보자…”




그리고 몇일 뒤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저에겐 증조 할아버지 되겠네요. 손을 천장으로 곧게 뻗으시고 돌아가시게 되고 그 후 5년후에 할아버지는 선산에 오르시다가 일전에 굿이 끝나고 파헤쳐 진 그 의문의 묘터를 지나다가 뱀에게 물려 돌아가시게 됩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저희 삼촌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막내 아들은 개울가에서 개구리를 잡다가 오른쪽 손이 마비가 오면서 기형적으로 휘어져 현재는 장애 판정을 받으셨구요…


할머니는 사기를 맞고 산과 땅 그리고 집까지 팔면서 가정은 거의 풍비 박산이 나게 됩니다. 현재는 다시 많이 회복 하신 상태지만^^;; 그리고 할머니가 40 되시던 그러니까 70년대 중반즈음 그 정등이와 복분이의 이야기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을에 잔치가 있어서 할머니는 오랜만에 윗마을 분들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찰나 평소에 노망이 나서 민폐만 끼치는 노파가 있었는데 그 분이 말을 꺼냈다고 합니다. 당시 그 마을을 길따라 올라가다 보면 하늘과 맞 닿을 만한 곳에 폐가가 있었는데 6.25전쟁 이전에 약 5년전에 누군가 아주 잠깐 그 폐가에 가족을 데리고 온적이 있었다고. 그 차림새가 너무 추하고 씻지도 않고 더러운 모습에 마을 사람 어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고 심지어는 그 폐가를 없애려고 젊은 몇분이 집을 태워 버렸다는 얘기까지 들려왔다고 합니다.

순간 할머니는 그 이야기가 정등이와 복분이의 이야긴지는 몰랐으나 곧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집 식구들은 불타없어진 폐가를 벗어나서 다른곳으로 옮겨가려 했으나 사람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길을 버리고 산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우리 할아버지의 선산이며 그곳에서 대충 움막을 치고 몇달을 살다가 자식들만 먹을 만한걸 쥐어주고 그렇게 배고픔과 추위에 죽어 갔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죽자 대충 땅을 파서 엄마 아빠를 따로 묻어 놓고 곧장 다른 묘소에 들러서 잔디나 풀을 뜯어서 부모님 묘를 덮어 주고 그렇게 마을로 내려와 할아버지의 집에 몇년을 거주 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저주 하면서 지내게 됐다는게 그 노파의 주장이었습니다.


평소의 노망난 늙은이가 하는 이야기라 아무도 관심 가져 듣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벌벌 떨면서 온몸에 소름이 가시지 않은 채 한 줄기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먹을걸 훔치는것도 가슴 시린 원한도 다 이유가 있거늘 왜 그렇게 매정하게 그들의 뒤를 캐고 아무 대화도 섞으려 하지 않았는지 본인이 미워지더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그 마을 입구에 작은 사당같은게 차려져서 마을사람들이 가끔씩 원혼을 달래주고 있고 그 후로는 마을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때 도망간 정등이와 복분이는 그 후로 아무도 그들을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상입니다 .

솔직히 마무리가 좀 이상하네요.

이런식으로 글 마무리 지을려고 한건 아닌데 할 일이 좀 많아서 급하게 끝내다 보니 뭔가 두서가;

F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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