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작 – 태극기 휘날리며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는 <형제의 상>이 있습니다. 총을 멘 사람은 박규철 소위, 한국군 제8사단 제16연대 소속. 인민군 복장을 한 동생은 북한군 제8사단 제83연대 소속의 박용철 하전사. 형제는 원주 치악고개 전투에서 적으로 만났습니다. 전투 중에 서로를 알아보았고, 전쟁터 한가운데서 총을 내던지고 얼싸안아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형제의 사연
두 분은 모두 황해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해방과 함께 이북이 공산 치하에 넘어가자 지주 계급이었던 형제의 아버지는 심하게 고문을 당하고 과수원도 뺏겼다네요. 장남 박규철 씨는 혼자 귀남해 국군에 자원입대했고 차남 박용철 씨는 북한에서 징집당해서 전투에 투입됐는데 기가 막히게 형제가 전투에서 상봉한 것이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모티브가 된 치악산 고개 전투
한국 전쟁이 치열하던 어느날, 형 박규철은 꿈속에 어머니가 나타나 “불효자식 놈”이라고 호통을 쳤고 그는 꿈에서 깨어나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치악산 고개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박규철 소위가 이끄는 소대가 인민군을 추격하는데 5~6m 전방에 도망치던 어린 나이의 인민군 하나가 땅바닥에 엎드리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박 소위는 인민군 병사를 생포 하겠다는 생각으로 추격해 인민군 병사 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죽이지 않을테니 도망가지 말라.”
적병이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가 바로 동생 박용철이었습니다. 박규철 소위는 “너 박용철 아니냐”고 소리쳤는데 그 소리를 듣고 박용철은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박규철은 뒤따라가며 “용철아~ 나야 니 형이야! 형” 이라고 소리쳤지만 박용철은 계속 도망쳤습니다. 박용철은 도망치다가 경사지에서 나무뿌리에 걸려 쓰러졌습니다.
박용철은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박규철은 몸을 날려 동생의 몸을 덮쳤습니다. 그리고 “너 박용철이지?”라고 묻자, 그 소년병은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박규철은 “내가 니 형 규철이라고 하는데 왜 도망 쳐”라고 했습니다. 동생은 형을 알아보았습니다. 형제는 서로를 끌어 안았습니다. 박규철은 동생을 끌어안고 안전한 곳 으로 이동했고, 소대원들은 이 상황을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했습니다. 박 소위는 소대원들에게 이 인민군이 자신의 친 동생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소대원들은 형제의 만남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최동식 6.25 참전유공자 원주지회장은 강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총알이 빗발치게 쏟아지는 그 순간에 동생을 발견하고 가서 동생을 끌어안았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흐느껴 우는 장면을 보고 그 주위의 전우들 모두가 한참 동안이나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동생 박용철은 형이 소속한 부대의 배려로 국군으로 입대해 형과 함께 근무했습니다.
